[한국/소설] 너는 모른다
見聞[견문]/圖書[도서] 2016. 1. 24. 22:05 |정이현 시리즈 두 번째.
초반에는 흡입력있게 계속 읽게 되었는데,
마지막에 무너진 느낌. 더 길게 쓰시지, 쓰면서 힘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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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내부는 몇개의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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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은 생래적으로 하나의 개인이었다. 결코 외톨이인 줄 모르는 외톨이, 빛 없는 선반 위에 따로 보관된 통조림처럼
안전하고 유일한 개체, 스스로 적막할 운명을 타고난 자. 그것이 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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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는 오래도록 궁금했다. 왜 그는 사라지고 말 것을 선물했을까.
없어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순간들은 뿔뿔이 흩어져버리지만,
짧고 서툰 첫번째 연애편지가 기억의 서랍 맨 아래칸에 영원히 남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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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종종 위험하다. 참는 게 더 나은 한순간을 참지 못한다. 날 선 칼을 아무렇게나 휘두르고서도
제가 찌른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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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아무것도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덧없는 틀 안에다 인생을 통째로 헌납하지 않을 권리, 익명의 자유를 비밀스레 뽐낼 권리가
제 손에만 있는 줄만 알았다.
삶은 고요했다. 그 고요한 내벽에는 몇 개의 구멍들만이 착각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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