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사랑의 기초 - 연인들 -
見聞[견문]/圖書[도서] 2016. 1. 24. 22:20 |정이현 시리즈 세 번째, 알랭 드 보통과 협업한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을 읽기 전에 먼저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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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그보다 두 살 어린 미혼 여성은 몇 명이나 될까. 수십만 명에 이를 터였다.
수십만의 여자 중에서 무작위로 고른 한 명이라니. 세상에.
그 단 한 명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를 기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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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셋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디서든 본능적으로 서열 투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위계는 물리적 힘겨루기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가치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일등도 한 명, 이등도 한 명, 꼴찌도 한 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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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는 무릎에 고개를 처박고 흐느끼면서 방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돌이킬 수 없을 날카로운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했다. 상처를 받았다고만 생각했다. 세상 밖으로 사라질 수 없다면 언젠가는 눈물을 그치고
고개를 들어야 했다.
학교에서 매일 마주쳐야 하는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쌀쌀맞은 눈길 한번 던지지 않는 것이
민아가 할 수 있는 초라한 복수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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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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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왜 화가 났는데?'
현석이 보내온 문자메시지가 약해지려던 그녀의 마음을 확 다잡게 만들었다.
그녀는 한참 고민하다 답장을 썼다.
'다 죽어가는 나무한테 언제까지 물을 줄 건데?'
답이 곧 왔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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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첫 만남에서 상대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척 일부러 가장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여자들은 모른다. 그 순간에 매너 있는 남자로 보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심리적 요인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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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서로 다른 포물선들이 공중에서 조우해 마침내 하나의 점으로 겹쳐진 순간에 대하여,
그 경이로운 기적에 대하여 어떻게 탄성을 터뜨리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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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더 먼 곳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나지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미치도록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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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는 자전거 위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중심잡기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일단 올라타. 그다음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 하라고. 그러다보면 중심은 저절로 잡히기 마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