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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이성재, 최민수가 주연한 영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홀리데이 작품과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영화가 맨 마지막이라지만, 홀리데이 원작을 글로도 읽었고

(장르가 소설인지 수필인지 도대체 뭐였는지는 확실하진 않다.)

그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베스트극장의 드라마 대본을 읽었고

(하지만, 대본만 봤을 뿐 영상으로 만들어진 베스트극장은 보지 못했다.
 아쉬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로 이 소재를 접했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이렇게 극적이고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은

별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재가 계속 쓰여진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할 말이 많았는데 이제야 속 시원히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자,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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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의 한계

앞서 말했듯이 난 다른 사람들보다 이 소재를 정말 많이 접해왔고,

많은 매체(드라마, 문학 등)로 접했기에 '영화는 어떻게 이 소재를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사전 지식이 풍부했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접해왔던 드라마 대본이라던지, 원작 글과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비교를 안 할 수가 있겠는가?

당연히 비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원작이 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 처럼. '내 이름은 김삼순', '궁' 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정말 비추다.

감독과 작가(작가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감독 스스로 집필했을지도 모른다.)가

얼마나 이 영화를 실화와 비슷하게 그려냈는가에 대해 답하자면

'지강헌이란 사람이 인질극을 벌이다 처참히 자살한다'

에 대한 내용만 따 왔을 뿐 어떤 것도 실화와 같은 게 없다.

(사실 이런 발언을 하면서도 긴장을 되는 게 사실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뭘 알겠는가?

그 때 내가 제대로 사고를 할 능력이 있었던 나이도 아니거니와 이 리뷰를

작성하기 전에 제대로 검색해서 알지도 못하지만)

처음 원작 글을 읽었을 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재미는 물론(소재 자체가 흥미롭지 않은가) 생각할 꺼리를 나에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만족도를 수치로 나타낸다면 100의 100이었다. 그 후에 곧바로 드라마

대본을 읽었었다. 드라마 대본은 굉장히 원작 글에 충실했기 때문에 무난했다.

그래프를 그려보자면 y = 1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갑자기 그래프가 (3,0)을 찍어버렸다.

만족도 0%이었다.

사실 이것은 영화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사람을

끌어모아야만 수입이 생기는 구조다. 영화가 상업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며,

드라마가 비상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영화는

관객에게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재미와 감동을 줄 수 밖에 없으며(재미와 감동이 없는데

사람이 영화를 보겠는가?) 그렇기에 어쩌면 의도된 연출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점 때문에 내가 불만족스러운 것이다. 내가 앞서 알고 있던 원작과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그렇게 의도적으로 재미와 감동을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데 반해, 영화는 노골적으로 유머 코드와 눈물 씬을 드러내기 때문에

보는 내내 불쾌할 수 밖에 없었다.

유머 코드가 깔린 대표적인 씬이 최민수가 이성재의 총에 위협을 느낄 때였는데

갑자기 무게를 꽉 잡던 최민수가 갑자기 캐릭터를 붕 띄워서 가볍게 보이는 장면이다.

그 상황에선 당장 관객은 웃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씬이 지나가고 나면 '저 장면이 과연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후에 최민수가 나올 때마다 아까전

그 유머 씬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민수가 계속 무게를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별로 카리스마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유머가 오히려 전체적으로 독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로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2. 왜, 성재가 섹시해서?

스톡홀롬 신드롬을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하는 의문이 든다. 스톡홀롬 신드롬은

인질로 잡혀 있는 자가 인질극을 벌이는 사람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껴서 오히려

자기가 더 인질이 되고 싶어하는 증상을 말한다.

사실 이 영화의 소재 중에 '인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지강헌 패밀리에게 스톡홀롬 신드롬 증상을 보인다.

왜 그럴까? 성재가 섹시해서?

처음으로 인질로 잡힌 사람은 중년의 여자였다.

이 사람은 지강헌 패밀리 중 한 사람에게 강간을 당할 뻔 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이해 안 되는 것들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감독들이 여자를 수동적인 인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자는 무슨 생각이 없는 동물인가? 아무 생각도 없이 살게. 다들 생각하며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는, 남자와 같은 동물일 뿐이다.

스톡홀롬 신드롬의 최고절정을 보여주는 첫번째 장면, 인질로 붙잡은 가족 중에

둘째 여자아이와  지강헌패밀리 중 막내가 같이 문 밖에 나가는 장면이다.

인질로 잡힌 여자아이가 뭘 안다고, 막내의 손을 이끌어 자기의 목에 총을 들이민단

말인가? 그 나이면 한창 겁에 질릴 나이다. 그것도 모르고 대놓고 동정심을 느껴서

자기 목숨을 위협하는가? 어떤 미친 놈이 그런 상황에서 대담하게 자기 손으로 직접

총을 들이밀 수 있는가?

여자아이가 사춘기라 자살 충동이 느끼고 있었던걸까?

그래서 이 참에 확 죽어버리려고 일부러 총을 들이민건가?

감독의 의도한 건 이런 거였겠지. 그만큼 지강헌 패밀리가 순수했고 인질에게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인질로 잡힌 여자가 막내를 믿고 그렇게

행동했다, 라는 것.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는거야. 감독은 과연

이 실화를 알고 있긴 알고 있는거야?


스톡홀롬 신드롬의 최고절정을 보여주는 두 번째 장면은 큰 딸이 지강헌 패밀리에게

밥 해주는 장면이다.

자신만 남겨놓고 가족들은 다 탈출한 상황에서, 가족들 중 자기만 개죽음(!)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벌벌 떨기도 모자랄 판에 큰 딸은 지강헌 패밀리를 아주 정성껏

손님으로 모신다. 밥을 퍼주고, 국 날라주고, 완전히 먹여주고 재워주고 다 한다.

과연 왜 그랬을까? 성재가 섹시해서?

감독은 완전히 여자를 물로 보나보다. 아니면 아무 생각 없는 무뇌아로 보거나.

내가 보기엔 어느 누구도(남녀 막론하고) 그런 상황에선 벌벌 떨어서 긴장하기

마련인데, 여기 나오는 인질들은 하나같이 침착하고 지강헌 패밀리들에게 헌신한다.

한 번 비뚤게 보이니까, 그 다음부터는 계속 비뚤게 보인다.

어쩔 수 없다. 내 성격인 걸.

3. 암니옴니, 그 충격의 현장 속으로.

내 기억이 맞다면 암니옴니가 확실하다.

가끔 시간이나 여건이 되면 암니옴니나 W를 즐겨 시청한다.

내가 모르던 세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

어쨌건 언젠가 암니옴니에서 지강헌에 대한 꼭지를 내 보낸 적이 있다.

이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TV를 보면서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굉장히 슬프고 애절했다.

88년 당시 지강헌 패밀리가 인질을 잡고 있는 걸 생방송으로 내보냈던 그 영상이

암니옴니에서 나왔었던 것이다.

지강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목소리가 하이톤이었고, 사람들에게 절실히 외쳤고,

세상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 잠깐동안의 영상을 보면서 내 마음이 울컥하는 걸 느꼈다. 죽음을 각오하고,

진짜 탄알이 장전된 총을 들며 세상을 향해 포효했던 한 마리 야수같은 지강헌을 보며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진실된 소망이었을까.

20여 년이 지난 그 장면을 보면서, 20년 뒤의 내가 지강헌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시공을 초월할 정도의 굉장한 울림을 가졌던 지강헌을 그 누가 연기할 수 있었을까.

어떤 배우가 출연하더라도, 신에게 축복받은 그래서 소름끼칠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나오더라도  지강헌의 진심을 대변할 수는 없었을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실제 영상을 본 사람이거나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러나 이성재 또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영화에서 이성재의 마음이 느껴졌다.)

사실 내가 앞에서 불만을 털어놓았던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암니옴니에서 보았던

지강헌의 실제 모습을 알기에 영화는 불만족스러울 밖에 없는 것이다.

지강헌 패밀리가 집 안에서 총으로 자살할 때를 한 예로 들어보자.

영화에서는 죠안은 그냥 입을 막고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땠을까?

굉장히, 아주, 매우, 소름끼칠 정도로 인질로 잡힌 여자는 비명을 질러댔다.

TV 밖에서 보는 내가 두려울 정도로 처절하게 비명을 질러대며 방방뛰며 울부짖었다.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고귀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단 말이다.

실제로 사람이 앞에서 죽었는데 누가 그렇게 울어? 순 개뻥인거다.

'홀리데이'(지금에서 생각해보면 할리데이가 맞는 듯한데, 일단 홀리데이로 하자.)를

틀어달라고 한 것도 영화에서는 죠안에게 틀어달라고 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지강헌이

경찰에게 요구한 거다.

실제로 지강헌이 홀리데이를 들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결말이 날 지 자기 스스로 너무나 잘 아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홀리데이'를 부르는 그의 모습.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인물이다.

4. "당신들한테 할 말이 있어 나왔어...

     내가 어디서부터 꼬여서 여기까지 왔는진 모르겠는데

     난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러고 싶었던 게 아니야."

4번 챕터를 끝으로 마지막 결론을 내린다.

위의 대사는 지강헌이 1차적으로는 경찰에게, 2차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는 세상에 외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대사 딱 듣는 순간 '혹시 감독이 관객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라는

뻘 생각을 했다. 내가 어디서부터 꼬여가지고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 이 영화를

만들려고 결심했을 땐  이런 식으로 가려던 게 아니었어 라고 변명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강헌의 어록이 있다.

유전무죄무전유죄.

영화계에서도 똑같다. 돈이 있는 영화는 흥행할 수 밖에 없고,

돈이 쪼달려서 만든 영화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돈을 쳐발르면 때깔이 나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의 남자의 성공으로 인해 충무로의 생각이 많이 바뀌는 듯 하다.

 좋은 현상이다.)

이 영화도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제작한 영화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좀더 많은 예산이 투자되었다면 어땠을까 라고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한가지, 교도소 탈출전까지를 30분으로 잡고 나머지 1시간 30분을 인질가족들과

벌이는 에피소드로 꾸몄으면 스톡홀롬 신드롬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던 개연성이

설명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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