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년에 산 것 같은데, 이제서야 펼친
신경숙의 단편 모음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사실 이런 단편 모음집들 중에서 나는 정채봉 작가의 '꽃그늘 환한물'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
아마 곧바로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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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그들의 세계가 있었을 거야.
이 겨울을 나는 방법이 그들 나름대로 있었을 거야.
그들의 세계에 내가 개입하면서 생긴 이 싸움을 그치게 하는 길은 내놓았던 세 개의 접시를 들여놓는 일밖에는 없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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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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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를 읽는 동안 그때 기차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던 어머니는 어떻게 집에 돌아가셨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나더군요.
거의 삼십 년 만에요. 내가 태어난 마을은 기차역에서 십 리는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땐 버스가 하루에 서너 번 다니다가 어두워지면 그마저 끊기던 곳이었지요.
나를 태운 기차가 떠난 후 자정이 다 지난 그 시간에 어머니는 혼자서 역을 빠져나가 그 산길과 논길을 걸어서 집에 가셨던 것일까?
삼십 년이 다 지나 나에게 찾아온 그 질문은 벼락같은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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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무슨 일을 하려면 담배가 없으면 안 되는 거야. 담배 끊으라는 얘기는 내겐 일을 하지 말란 얘기와 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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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일은 온몸을 사용하는 일이잖아. 이곳에서 걷기 시작하면서 걷는 일은 운동이 아니라 휴식이 아니라 미래로 한발짝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