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혼 2008. 12. 19. 17:05

마음을 주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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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다.

태승이가 마지막으로 학교를 나오는 날이.

떠나는 그 모습이 어찌나 섭섭하고 눈물나던지.

친구와 이별하는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제는 달랐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몽실몽실 피어났다.

대학교 친구들이 졸업하는 모습을 처음 봐서였을까.

동아리 친구들이야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언제든 만날 수 있겠지만

이 친구들은 '언젠가는...'라는 이름으로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이번 학기 마지막은 참으로 우울하다.

친구는 학교를 떠나고,

친구는 공부를 시작하고,

친구는 나와 같이 인턴을 한다.

한 학기동안 이네들과 너무나 많은 걸 공유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코끝이 아려왔다.

난 정말로 피터팬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나보다.

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고 귀했던 걸 알기에

또한 다시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걸 알기에.

내가 가진 이 감정을 나보다 나이 많은 이들은 모두가 겪었을 텐데

그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모든 이들이 슬기롭게 극복했는데, 나만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처럼 남기만 바랄까봐
 
그게 두렵다.

정말로,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학생이 아닌 일반인이 되는 내 친구.

학생이지만, 언제나 어린 아이고픈 나.

깨고 싶지 않다.

언제나 이런 생활을 하고 싶다.

그들과 밤새며 프로젝트를 하고,

밤새며 놀고,

이른 아침에 숙취에 허덕이는

나라는 사람이 언제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성장하고 싶었지만

실은 성장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고, 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고 싶었던 나에게는 너무나 부담되는 일이었단 걸

25살 끝자락에 와서 알아버렸다.

군대도 갔다 온 내가 아직까지 성장통을 앓는다는 게 싫다.

내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어가며 배가 나올 거란 걸 알지만

그게 너무나도 두렵다.

언제나 어린 아이같을 수는 없겠지만,

투정 부리는 것도 이제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지만

언제까지나 친구들에게 응석부리고 싶다.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