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聞[견문]/映像[영상]

[일본/드라마] 악마의 키스(1993)

고양이혼 2012. 7. 20. 09:31

사요나라 이츠카에 빠져서,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모든 연기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겨우 겨우 끝까지 본 드라마.


사진은 생략.

주요 포인트만 정리해보자면,


1. 동경에서 세 소녀가 겪게 되는 '현대적 악마'에 관한 이야기.

큰 축으로 보면, 사채, 사이비 종교, 성추행, 낙태 등의 소재를 통해

우리 시대에서 정의할 수 있는 '악마'의 개념과, 

그들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친구'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답한다.

과연 이 답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가 악마를 물리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악마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주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2. 세 소녀 중에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미사오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인물에 몰입할 수 없었던 이유는,

첫째로,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주제에,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쳤으며,

(작가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그렸겠지만) 친구 챙기느라 하나뿐인 여동생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90년 초반 드라마의 트렌드 상, 착한(이라 읽고 '민폐'라 부르는) 캐릭터가 대세였기 때문에라도, 

이 인물은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나랑 안 맞는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현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다 미사오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자기가 처한 상황은 제대로 처신도 못하면서,

남의 상황에는 멋대로 참견하는 꼴이

일부 나의 모습과 겹쳐진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마리꼬인데,

상황이 어찌 되었건,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의지가 표출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 나머지 인물인 사치코는, 음.

'좋아하게 되면, 판단하지 않는다'의 전형적인 사례라 볼 수 있겠는데,

볼 때는 몰랐는데,

'나라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보면, 별반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을 거다.

애정이 간 인물.


3. '오오쿠', '아스나로 백서'에 이어 세 번째로 본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드라마인데, 니시지마가 맡은 역할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수에 젖어 있는 눈빛으로, 뭔가 우울함이 깃든 성격의 인물'이라는 점인데

아무래도 선이 굵은 외모가 아니다보니, 이런 역할이 자주 들어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스타의 99일'과는 확실히 다른 이미지.

그리고, 20년 전이라지만 마스크가 확연히 다른데

이게 수술을 한 건지, 젖살이 빠진 건지 감이 잘 안 온다.


4. 한 줄 요약 : '화차'와 묘하게 닮아 있는, 90년대의 일본 현실을 잘 반영한 드라마. 남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