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혼 2007. 12. 1. 03:40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종일 맑음.

윤하의 목소리로 녹음된 이 노래는

담담하게 귓가에 맴돌지만

가슴을 쿵쾅쿵쾅 울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사와 멜로디의 탓이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윤하가 나레이션하듯이 읊조리는 음성이 가슴을 찌른다.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녹음기를 가지고 놀다가

내 목소리가 어떨지 우연히 궁금해진 적이 있다.

과연 이 목소리가 내 것이 맞는지 한동안 패닉에 빠졌었다.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앗아간 바다의 마녀가 실제로 있다면

그 마녀에게 찾아가 내 목소리를 풍부한 저음으로 바꾸게 해 달라고

조르고 싶었다.


2005년 초기에 음악방송을 할 때도 참 많이 망설였었다.

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타인과 공유하고, 남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귀기울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참 많이도 나 혼자 고민했었다.


이상을 외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불굴히 일어섰던 난

대학교와 군대를 거치면서 많이 현실적이 되었다.

'이렇게 생겨먹은 날, 스무 해 넘게 이렇게 행동해왔던 날 어떻게 한번에 바꿀 수 있겠어?'

혹은

'나를 싫어해도 상관없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평생을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난 내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킬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까지 노력해가면서 나를 희생하지 않겠다'

고 결정을 내렸던 때

아마 난 내 목소리에 단념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가끔씩 나는 소망하고 싶다.

내게 금지된 것을.


미쳐버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불안정할 때.

다시 그런 때가 오는 듯 하다.

토이 미워.